손끝에 남는 시간

유선재 — 목공방 나무결

PEOPLEVol.122026.06.12

목공방 나무결의 문은 아침 여덟 시에 열린다. 유선재 씨는 문을 열고 나면 가장 먼저 작업대를 닦는다. 전날 남은 톱밥을 쓸어 내고, 대패를 제자리에 놓고, 그날 쓸 나무를 꺼내 세워 둔다. 십이 년째 같은 순서다.

"손이 먼저 기억해요. 머리로 오늘 뭘 할지 정하기 전에 몸이 이미 시작하고 있어요." 그는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하루가 어긋난다고 했다. 어긋난 하루는 대개 나무에 그대로 드러난다고도 했다.

처음부터 목수였던 것은 아니다. 스물아홉까지는 사무실에서 숫자를 다뤘다. 그만두고 나서 반년쯤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동네 공방의 취미 수업을 등록한 것이 시작이었다. 첫 수업에서 만든 도마를 아직 쓰고 있다. 모서리가 고르지 않고 두께도 제각각인 도마다.

오후 빛이 드는 작업실 창

"그걸 볼 때마다 잘하려고 애쓰지 않았던 때가 생각나요. 지금은 잘 만들 수 있는데, 그때만큼 재미있지는 않아요." 그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곧 정정했다.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재미라고.

요즘 그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건 의자다. 앉는 사람의 습관에 따라 닳는 자리가 달라지는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오 년쯤 쓴 의자를 다시 가져오는 손님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앉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고. 고쳐 주는 일이 만드는 일보다 배울 게 많다고도 했다.

저녁 여섯 시가 되면 그는 다시 작업대를 닦는다. 아침에 하는 일과 똑같다. 다만 아침에는 시작하기 위해 닦고, 저녁에는 오늘 한 일을 지우기 위해 닦는다고 했다.

"쌓아 두면 무거워져요. 매일 비워야 내일 또 올 수 있어요." 공방을 나설 때 그는 불을 두 번 확인했다. 그것도 십이 년째 같은 순서라고 했다.

에디터 노은재 · 사진 배시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