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를 고르는 마음
문하경 — 활자공방 여백
BRANDVol.122026.05.21
활자공방 여백의 문하경 씨는 한 권을 만들 때 종이를 평균 열두 번 바꾼다고 했다. 최종 결정 전까지 실제로 인쇄해 보고, 만져 보고, 며칠 두고 다시 본다.
"화면에서는 몰라요. 종이는 시간이 지나야 성격이 나와요. 처음엔 좋았는데 사흘 뒤에 보면 안 맞는 종이가 있어요."

그가 가장 자주 쓰는 건 값이 비싼 종이가 아니다. 오히려 흔한 모조지 계열을 자주 쓴다. 다만 평량과 결 방향을 책마다 다르게 잡는다. 페이지를 넘길 때 나는 소리까지 계산한다고 했다.
"소리가 큰 종이는 집중을 방해해요. 사진이 많은 책은 좀 뻣뻣해도 되는데, 오래 읽는 책은 조용해야 해요."
최근에 그가 만든 책은 시집이었다. 판형을 손바닥보다 조금 크게 잡고, 종이를 아주 얇게 썼다. 가방에 넣고 다니다 구겨지는 걸 전제로 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구겨진 책이 더 많이 읽힌 책이잖아요. 그렇게 되라고 만들었어요." 그는 작업실 책장에서 자기가 만든 책 한 권을 꺼내 보여 줬다. 모서리가 둥글게 닳아 있었다.
에디터 서지완 · 사진 배시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