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골목을 걷는 이유

Walking the Same Way

ESSAYVol.122026.06.05

이사한 지 사 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더 빠른 길이 있다는 것도 알고, 더 예쁜 길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매일 같은 골목으로 든다.

처음에는 게으름이라고 생각했다. 선택하지 않기 위해 선택을 없앤 것이라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길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세탁소 앞 화분이 늘었고, 삼층 창문의 커튼이 바뀌었고, 골목 끝 담장에 누군가 계속 낙서를 하고 누군가 계속 지운다.

해 질 무렵의 골목 어귀

같은 길을 걸을 때만 보이는 것이 있다. 변화는 배경이 고정되어 있을 때 드러난다. 매번 다른 길로 가면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아무것도 새롭지 않다.

사 년 동안 이 골목에서 문을 닫은 가게가 셋이고 새로 연 가게가 넷이다. 세어 볼 수 있다는 건 지켜봤다는 뜻이다. 나는 이 동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지 않지만, 그들이 어떤 계절에 무엇을 내놓는지는 안다.

반복이 지루해지는 건 반복 자체 때문이 아니라, 반복 안에서 아무것도 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같은 길을 사 년 걸어 보니 그렇다.

오늘도 같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세탁소 화분이 하나 더 늘었다.

에디터 서지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