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서체를 되살리는 일
정겨울 — 타입 디자이너
BRANDVol.102026.01.15
정겨울 씨의 작업은 대개 사진 한 장에서 시작한다. 1960년대 인쇄물의 낱장을 스캔한 이미지다. 거기서 글자를 하나씩 떼어 내 다시 그린다.
"그대로 옮기면 안 돼요. 그때는 종이에 잉크가 번지는 걸 계산하고 만든 글자라, 화면에 그대로 올리면 너무 가늘어 보여요."

한 벌을 만드는 데 보통 이 년이 걸린다. 한글은 조합해야 할 글자 수가 많아서, 기본 꼴을 정한 뒤에도 수천 자를 다듬어야 한다.
그는 원본을 만든 사람의 의도를 추측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이 획이 왜 여기서 꺾였을까, 기술의 한계였을까 취향이었을까. 한계였다면 지금은 안 그래도 되는데, 취향이었다면 지켜야 하고요."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같은 시기의 다른 인쇄물을 찾아본다. 여러 곳에서 반복되면 기술이고, 한 곳에만 있으면 취향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완성한 서체를 처음 문장으로 조판해 보는 순간이 가장 좋다고 했다. "글자 하나씩 볼 때랑 달라요. 문장이 되면 그제야 이 글자의 성격이 보여요."
에디터 서지완 · 사진 배시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