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내리는 십오 분

조민서 — 로스터

PEOPLEVol.112026.03.19

조민서 씨는 매일 아침 문을 열기 전 십오 분을 혼자 쓴다. 그날 쓸 원두를 갈아 한 잔을 내리고, 앉아서 마신다. 손님을 위한 잔이 아니라 자기 기준을 맞추기 위한 잔이라고 했다.

"원두가 매일 조금씩 달라요. 습도도 다르고, 볶은 지 며칠 됐는지도 다르고. 그날 첫 잔을 마셔 봐야 오늘 어떻게 맞출지 알아요."

카운터에 쏟아진 원두와 노트

그는 로스팅을 직접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새벽에 볶는다. 볶는 정도를 기록하는 노트가 사 년째 쌓여 있다. 노트에는 온도와 시간 말고도 그날의 날씨가 적혀 있다.

"비 오는 날엔 조금 다르게 나와요. 왜 그런지는 저도 정확히 몰라요. 그냥 적어 두는 거예요."

가게에서 파는 원두는 세 종류뿐이다. 늘리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세 개는 매일 다 맛볼 수 있는데 다섯 개가 되면 그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십오 분이 지나면 그는 잔을 씻고 앞치마를 맨다. 그 다음부터는 자기 잔을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에디터 노은재 · 사진 배시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