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담는 부엌

임세라 — 요리 연구가

PEOPLEVol.102025.12.04

임세라 씨의 부엌에는 달력이 두 개 걸려 있다. 하나는 보통 달력이고, 하나는 직접 쓴 재료 달력이다. 어떤 재료가 언제 가장 좋은지 적어 둔 것이다.

"이 달력이 제 일 년이에요. 삼월엔 이걸 하고 오월엔 저걸 하고. 정해 두면 고민할 일이 줄어요."

선반에 놓인 저장 병들

그는 제철이 아닌 재료는 거의 쓰지 않는다. 고집이라기보다 편의라고 했다. 제철 재료는 손을 덜 대도 맛이 난다는 것이다.

"여름 토마토는 소금만 뿌려도 되는데, 겨울 토마토는 뭘 해도 여름 맛이 안 나요. 그러면 겨울엔 다른 걸 하는 게 맞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기는 늦가을이라고 했다. 저장할 것이 많은 계절이라서다. 절이고 말리고 담그는 일이 겹치는 두 주가 있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한 해가 정리된 기분이 든다고 했다.

부엌 선반에는 이름표를 붙인 병들이 줄지어 있다. 담근 날짜와 재료가 적혀 있다. 가장 오래된 병은 삼 년 전 것이었다.

에디터 노은재 · 사진 배시온